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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 술을 마시다/ 一 와인

Potrero Grande, Cabernet Sauvignon + Merlot, 2006

아우르기 2009. 1. 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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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12. 24.

칠레
레드와인

처음먹는 블렌딩 와인.
카베르네 소비뇽 70%, 메를로 30%

...코르크를 오픈한 순간, 움찔했다.
코르크에 뭐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상한 건가? 못먹나? 역시 싼 게 비지떡?
온갖 생각이 머리 속을 어지럽히고 있을 무렵, 번뜩 떠오른 생각.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주석산염인가보구나.
과실 성분이 그냥 뭉친, 그런 건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마셨다.
......퉷퉷;;;
이게 뭔맛이지;;
아.. 그러고보니 이럴 땐 디켄팅을 해서 마시라 했다.
그래서 디켄팅 흉내를 좀 내고 마셔봤더니,
...많이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맛이 없었다.
시큼털털했다.
밍밍했다.
기분 나쁜 맛이다.
점도는 물과 같아 '와인의 눈물'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축축히 젖은 나무 맛과 쇠 맛이 섞여 났다.
아깝지만 마개를 반만 막아두고 방치해뒀다.
와인을 막 보관하면 식초로 변해버리기에,
정말 엄마께 말씀드려서 식초로 쓰시라 할 요량으로 말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마개를 열고 수 시간 후 마셔본 와인의 맛은 어제 그 맛이 아니었다.
깜짝 놀랐다.
맛이 싹 바뀌어 있었다.
맛이 열렸다 ! ! !
메를로 블랜딩 특유의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풀바디 또한 느껴졌다.
밍밍한 맛은 어느새 깔끔한 맛으로 바뀌어 있었고
기분 나쁜 냄새는 테이블 와인의 약한 비린내로 완화되어 있었다.
이렇기만 하다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 맛이다.
마치 와인이 나를 보며,
흥, 나는 오래 어르고 달래야 넘어가는 여자라구,
라며 피식 웃는 듯 했다.

와아-
어느 와인이냐에 따라 디켄팅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준 녀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