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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없는 솔직리뷰
난생 처음 어른 없이 해보는 여행.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순조로웠다. 서울에서도 툭하면 버스를 거꾸로 타서 시내를 한바퀴 도는 내가 목적지까지 정확하고 빠르게 척척 가버렸다. 사실 '서울 깍두기'에서 밥을 먹기한 결정은 내게 길을 헤메는 것을 각오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단 한 번도 발을 헛딛지 않고 척척 가버렸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는 '씨클라우드'라는 곳이었다. 2인 조식을 포함해서 채 10만원이 안되는 금액으로 예약하여 나름 뿌듯했다. 게다가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객실. 언제나 콘도에서만 잠을 청하다가 처음으로 고급 호텔을 이용한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남포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부산의 대학로'라 불리는 서면역에서 환승을 해서 해운..
08. 10. 12.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경희궁에서 이 열렸었다. 헌 책 두 권을 가져가면 다른 사람이 가져온 헌 책 두 권 or 준비된 새 책 한 권으로 바꿀 수 있었다. 오오, 아침에 카페에서 동생과 공부하는 척 하면서 수다를 떨다가 헌 책 네 권을 둘러메고 쪼르르 경희궁에 달려갔다. 날이 참 좋았다. 화창하나 덥지 않았고, 맑았으나 햇살이 뜨겁지 않았다. 북 페스티벌을 차치하고서라도 궁투어 자체도 오랫만인지라 기쁘게 라랄랄라 걸었다. 마침 어린아이들을 위한 구연동화와 인형극이 공연되고 있었다. 아직 한참 철이 덜 든 나. 이제 갓 유치원에 들어갔을만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앉으려 했다. 허나 나보다 다섯 살이 더 어리지만 철은 다섯 해 먼저 든 동생이 말려서 차마 ..
2007년 수능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이후, 나는 재수를 결정했다. 본격적으로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하기 어디론가 떠나 마음의 무거운 짐을 털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와 같이 부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날짜도 잡고, 계획도 짜고, 기차표도 끊고, 호텔예약도 마쳤다. 그런데 출발 하루 전날 저녁, 갑자기 이 녀석이 못가게됬노라고 연락이 왔다. 그 놈도 수능이 평소만큼 나오지 않아 반수를 하게 된 놈인데, 부모님이 수능도 망친 놈이 무슨 여행이냐 하신 거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여행은 그렇게 취소되는 듯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는 다른 친구에게 연락해보기로 했다. 절친 한 명에게만 연락해 보고 안된다면 포기하자는 심정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그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