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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길을 떠나다/ 韓 국내 여행

07. 02. 부산 - 1

아우르기 2009. 1. 1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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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수능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이후, 나는 재수를 결정했다. 본격적으로 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하기 어디론가 떠나 마음의 무거운 짐을 털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와 같이 부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날짜도 잡고, 계획도 짜고, 기차표도 끊고, 호텔예약도 마쳤다. 그런데 출발 하루 전날 저녁, 갑자기 이 녀석이 못가게됬노라고 연락이 왔다. 그 놈도 수능이 평소만큼 나오지 않아 반수를 하게 된 놈인데, 부모님이 수능도 망친 놈이 무슨 여행이냐 하신 거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여행은 그렇게 취소되는 듯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는 다른 친구에게 연락해보기로 했다. 절친 한 명에게만 연락해 보고 안된다면 포기하자는 심정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그 아이의 부모님께서 흔쾌히 승낙을 하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부산에 발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2월 5일 아침 8시. 부산행 KTX가 출발했다. 약 3시간 후 기차는 부산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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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간 곳은 태종대였다. 사실 태종대는 처음 부산여행을 계획할 때는 생각지 않았던 곳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나와 아버지가 처음 본 바다가 태종대 바다라고 한다. 이를 알고나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나중에 태종대에서 확신했다. 끝내주는 선택이었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어떻게 물만 있는 게 이렇듯 멋질 수 있냐고.

 부산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그 곳에서 88번이나 106번을 타면 태종대까지 바로 갈 수 있다. 88번은 바로 태종대로 가는 반면 106번은 약간 돌아가니 88번을 타는 편이 좋겠다. 태종대는 88번의 종점이다. 버스로 약 40분, 내려서 약 10분정도 걸으면 태종대에 도착한다. 참고로 부산은 서울에서 쓰는 교통카드를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산에서 통용되는 버스카드를 사는 것이 좋다. 교통카드 만들기가 아깝다고 카드를 만들지 않는 일은 없길 바란다. 버스를 탈때마다 1000원씩, 지하철을 1100원(1구간), 1300원(2구간)씩. 여행을 끝마치고 무지막지하게 후회할 거다. 할인 혜택과 환승을 고려한다면 교통카드를 하나 장만하는 것이 몇 번이고 이익이다.

 태종대에 들어가기 전, 태종대 앞에 있는 높은 탑을 보았다. 무슨 의료지원 기념비라고 쓰여져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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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종대 내에서 '다누비'라는 이름의 조그마한 관광 열차를 운행하고 있었다. 매표소에 문의하니 도보로 걸으면 1시간이 넘는 거리라고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한 우리는 중간쯤에서 내려 걸어오자고 합의하고 열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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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열차는 매표소-태원자갈마당-구명사-전망대-등대-태종사를 차례로 거치며 순환한다. 우린 전망대에서 내려 경치를 구경한 뒤 걸어내려오기로 했다. 전망대에서 본 태종대 바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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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종대는 보도 전체가 푹신푹신한 소재로 되어 있어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았다. 중간에 운동 기구가 마련된 조그만 공간도 있었다. 길도 한갈래여서 미아가 될 위험은 없다. 내려오다가 태종사를 보았다. 아까도 말했듯이 때가 지나도록 식사를 하지 않아 배가 고팠던 관계로 절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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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종대에서 나와 하차했던 버스 종점에서 다시 버스를 탈 수 있다. 마찬가지로 106번은 조금 돌아가니 88번을 타자. 그러면 부산역에서 태종대 갈 때 탔던 정류장 맞은편에서 내릴 수 있다. 부산에는 서울깍두기라는 유명한 음식점이 있다. '설렁탕보다 깍두기가 더 맛있는 집'이라고 소문이 났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인 명칭은 상호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깍두기'는 상호등록을 할 수 없다. 이 말은 아무나 이 호칭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짭퉁 음식점이 많다는 뜻이다. 고로 잘 찾아가야 한다. 엉뚱한 집을 찾아가면 지옥의 맛을 보게될 것이다.
 진짜 서울깍두기는 여기다. 중구 남포동 2-11. 부산역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남포동 역까지 가서 1번출구에서 내렸다. 내린 방향으로 쭉 걷다보면 앞에 맥도날드 간판이 보이는 때가 있을 것이다. 그 때부터 오른쪽 골목을 잘 살피면서 걸어야 한다. 큰 길쪽에서 골목을 보면 '서울깍두기'라는 큰 간판과 건물이 보인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부산에서의 첫 식사를 했다. 기대와는 달리 깍두기의 맛이 별로였다. 국물 맛은 평범했고 미리 밥을 말아 나오기 때문에 순수한 국물 맛을 느낄 기회가 없었다. 설렁탕은 6500원, 양지탕은 7000원인데 개인적으로 양지탕을 추천한다. 얘기했듯이 국물의 맛은 평범한데 반해 고기의 육질은 훌륭하기 때문이다. 양지탕엔 이런 고기가 많이 들어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평범하기 때문에 맛있다고 회자될 수 있을 것 같다. 머리 속에 그리는 설렁탕 맛이 곧 이데아이지 않는가. 그것을 실현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인듯 싶다. (깜빡하고 서울깍두기의 모습은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태종대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역까지 와서 지하철을 탄 것은 어린 마음에 길을 잃을까 두려워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한 길로 가자고 하여 택한 경로다. 서울로 돌아와 지도를 펼쳐놓고 생각하니 태종대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길목에서 내려 걷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