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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길을 떠나다/ 逍 국내 나들이

2008 서울 북 페스티벌

아우르기 2009. 1. 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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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10. 12.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경희궁에서 <2008 서울 북 페스티벌>이 열렸었다.
헌 책 두 권을 가져가면 다른 사람이 가져온 헌 책 두 권 or 준비된 새 책 한 권으로 바꿀 수 있었다.
오오, 아침에 카페에서 동생과 공부하는 척 하면서 수다를 떨다가
헌 책 네 권을 둘러메고 쪼르르 경희궁에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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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참 좋았다.
화창하나 덥지 않았고, 맑았으나 햇살이 뜨겁지 않았다.
북 페스티벌을 차치하고서라도 궁투어 자체도 오랫만인지라 기쁘게 라랄랄라 걸었다.
마침 어린아이들을 위한 구연동화와 인형극이 공연되고 있었다.
아직 한참 철이 덜 든 나.
이제 갓 유치원에 들어갔을만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으로 가서 앉으려 했다.
허나 나보다 다섯 살이 더 어리지만 철은 다섯 해 먼저 든 동생이 말려서 차마 인형극을 보지는 못했다.
인형극이 펼쳐지고 있는 야외무대 옆 한 켠에는 백설공주 의상과 해리포터 의상이 몇 벌씩 준비되어 있었다.
코스프레를 하라고 손짓하는 듯한 옷걸이들.
또 다가가서 어느새 옷을 만지작거렸다.
....작구나 한 눈에도 유딩들을 위한 옷임을 알 수 있었다.
아아아아아아 아쉽다
동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 했지만...

경희궁 정문을 지나, 야외무대를 지나, 탐스러운 옷걸이대를 지나 왼 편을 보니 드디어 오늘의 목적을 달성할 공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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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마주보고 왼쪽으로는 중고도서, 오른쪽으로는 신간도서가 구비되어 있었다.
입구 카운터에서 헌 책을 주면 두 권당 한 장씩 교환권을 준다.
이 교환권 한 장으로 중고도서 두 권, 혹은 신간도서 한 권을 고를 수 있다.
교환권은 다시 출구 카운터에 제출하면 된다.
....책 더 가져올걸 엄청 후회했다.
사실 서점에서 팔리지 않은 재고나 잔뜩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좋은 책들이 뭐 이리 많은지...
고르고 또 고르고 추리고 또 추리고
그렇게 한동안 고른 끝에 신간도서 두 권을 택했다.
물론 중고도서의 질도 썩 훌륭했다.
카운터에서 질이 떨어지는 중고도서는 아예 접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중고도서에서 괜찮은 책들은 다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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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보니 어느덧 12시 가까이 되었다.
12시에 과외가 있던 나는 더 있고 싶다는 동생을 강제로 끌고 나왔다.

나오다가 '지혜의 샘'이라는 작품을 보았다.
책으로 둘레를 쌓고 저 깊은 곳에 있는 건 거울이다.
언뜻 보면 하늘이 담겨있다.
책 속에는 하늘과 같은 지혜가 담겨져 있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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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도서를 포스트잇에 써서 붙이는 게시판도 있었다.
흘림체 어른 글씨부터 삐뚤빼뚤 아이 글씨까지.
십인십색.
맛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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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로 막을 내린 <2008 서울 북 페스티벌>은 정말 실용적인 축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굴러다니는 책 두 권만 있으면 때깔나는 우수한 책 한 권을 원하는대로 고를 수 있을 뿐더러
작가와의 대화, 엄마와 아이를 위한 인형극 등 쓸모있는 이벤트들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책'이라는 소재로 축제를 함으로써 책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주변에 제대로 된 책을 읽는 이들이 드물다.
가을 시즌 이후에 출판계는 오히려 불황이라 비명을 질러댄다.
성인 1인당 독서율이 연간 2권도 채 되지 않는 현실.
보잘 것 없는 인간이 지금과 같이 변영하게 된 근거가, 더 번영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책과 책을 통한 사색이라는 사실.
잊지 않았으면 한다.

<2009 서울 북 페스티벌>은 언제 또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