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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대표 보양식 삼계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계탕집을 가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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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대표 보양식 삼계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계탕집을 가다.

아우르기 2009. 8. 9. 23:57

1.
 어느덧 기축년의 두 복날이 지났다. 이번 주에 말복이 지나면 끝이다. 더위야 물럿거라! 선선한 가을이 기다려진다. 아니, 또 모르겠다.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로 바뀐다고 하지 않는가. 가을따위 실종되고 주륵주륵 스콜이 또 내릴지도... 어쨋든! 말복을 대비하야 보양식을 먹으러 집을 나섰다. 초복엔 육개장을 먹었고, 중복엔 장어를 먹었다. 이대로 복날 패키지를 보내기엔 너무 아쉬웠다. 왜냐고? 대표 보양식, 삼계탕이 빠졌지 않은가! 뭐니뭐니해도 복날엔 삼계탕이지~


2.
 오늘 소개할 곳은, 아이고, 소개한다고 하기도 민망하다. 너무도 유명한 집이다. 바로 토속촌! 3호선 경복궁역 근처에 있다.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와서 그 길을 따라 쭉~ 직진한다. 200m 조금 못 간다. 왼편에 GS25 편의점이 보이면 바로 휙 꺽어준다. 그러면 바로 간판이 보일 것이다. 토- 속- 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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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바로 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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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쨔쟌-!
 아니, 그런데 대체 줄이 어디까지 서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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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 서있는 줄만 성인 남성 빠른걸음으로 30초가 넘게 걸린다.(동영상 촬영을 했는데 왜 업로드가 안되는 거야ㅠㅠ) 우와... 집과 가까워서 몇 번 와봤지만 골목이 모자랄 정도로 줄이 긴 건 처음이다. 이 때, 아부지 曰 "어? 생각보단 줄이 짧네? 다행이다, 야." 세상에나.... 줄을 서있는데 바로 뒤에 서계신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다. "대한민국 맛집 중에 이만큼 잘되는 집이 또 없어~" 생각해보니 매번 올때마다 줄을 서서 먹었다. 식사시간이든, 그렇지 않든, 주말이든, 주간이든 말이다. 명동의 모 만두집처럼 안에 자리가 텅텅 남는데도 일부러 손님을 안받는 게 아니다. 매번, 그래, 매번 꽉 차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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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토속촌이 아주 옛날부터, 개업할 때부터 이렇게 잘 됬던 건 아니다. 처음엔 경복궁역 7번 출구 쪽에 작은 한옥집으로 시작했다.(지금은 무슨 한우집이더라.) 그러다가 빵 터져서 음식점을 확장한 거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빵 터진 계기가 故 노무현 前 대통령 때문일 거다.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유명세를 탄 거다. 청와대에서 토속촌 주방장을 불렀다고 한다. 대통령께서 이 집 삼계탕이 아니면 잘 드시질 않으니 와서 음식 좀 만들어달라고. 그랬더니 주방장이 거절했다고 한다. 난 당신네들이 부르면 가서 음식 만들어주는 출장 요리사가 아니라며 말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와서 먹을 수 밖에 없었다고~ 외국인도 많이 찾는다. 특히 일본인. 입구부터 일본어로 된 설명게시글이 눈에 띈다. 메뉴도 일본어와 병행표기 되어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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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줄을 기다려 입구로 들어서면 직원이 맞는다. 인원수를 말하면 자리를 가르쳐준다. 가서 앉으면 된다. 앉아있으면 종업원이 와서 자연스레 말한다. "삼계탕 n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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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그런 사람이 있다. 자장면 유명한 집을 데려갔더니 짬뽕시키는 사람. 볼 것도 없다. 토속촌은 닭이다. 메뉴엔 이것저것 많지만 추천할만한 건 딱 두 개다. 삼계탕과 통닭구이. 그래서 종업원도 그냥 묻는 거다. "뭐 드시겠어요?"가 아니라 "삼계탕 n개요?"라고 말이다. 인원 수보다 삼계탕을 적게 시키면 자연스레 또 묻는다. "통닭 구이요?" 닭 전문점이라는 게 팍팍 느껴진다. 그러니 파전, 미더덕, 아구찜 따위는 쳐다보지도 말자.(사실 아구찜은 안먹어봤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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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닭이다. 싸다. 12000원. 일반 호프집보다도 싼 가격이다. 비교적 빨리 나오는 편이다. 이걸 시켜 먹고 있으면 삼계탕이 도착한다. 맛은? 당연히 훌륭하다. 껍질이 쫀득쫀득하다. 살은 탱글탱글하다. 개인적으로 때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토속촌 닭은 때살도 맛있다. 찍어먹으라고 양념을 주긴 하는데 난 안찍어먹는 걸 더 좋아한다. 양념에 찍어먹으면 닭의 향내가 사라진다. 이 통닭에서는 인삼향이 살포시 난다. 때에 따라 강할 때도, 약할 때도 있다. 어느 날인가, 심지어 부위별로 향의 강도가 달랐다. 그래서 추리한 것! 인삼액을 쓰는 듯하다. 생닭일 때 인삼액을 군데군데 뿌려(or주사해서) 굽는 것이다. 뭐,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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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닭껍질이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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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이것만 먹기도 한다. 가격이나 맛이나, 정말 착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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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토속촌을 있게 한, 너무나도 유명한 토손촌 삼계탕이다. 가격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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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삼주도 한 잔씩 준다. 그닥 맛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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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추, 밤, 찹쌀 등이 야무지게 꽉꽉 들어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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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따만한 삼(蔘)도 통으로 들어가있다. 실뿌리도 몇 개 더 있다.

 필자가 토속촌 삼계탕 먹는 법! 우선 닭은 접시에 건져낸다. 그리고 이 녀석 배 안에 들어차있는 영양밥을 싹싹 긁어 국물에 풍덩 집어 넣는다. 그리고 닭을 후딱 발라 먹는다. 시간이 흐르면 표면이 말라 맛이 덜해진다. 그 전에 후딱 먹어야 한다. 때살은 마지막까지 남겨둔다. 그리고 조각조각 발라서 국물에 투하한다. 그리곤 아까 말았던 영양밥과 함께 떠먹으면 된다. 삼계탕은 사람마다 먹는 법이 다 다르다. 그래, 다를 뿐 틀린 게 아니니 자신이 먹는 법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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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도 먹을만하다. 배추김치는 약간 덜 익었고 깍두기는 익었다. 익은 김치를 좋아하는 난 깍두기만 집어 먹었다. 비린내도 안나고, 무도 아삭거린다. 참 잘 익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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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물을 더 달라고 하니 "몇 개 드릴까요?"하고 묻는다. 두 개만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담뿍 떠서 주신다. 무교동의 모 낙지집, 마포의 모 고기집처럼 서비스 정신이 엉망인 맛집들이 많다. 그게 매력일 수도 있겠지만 불쾌해하는 손님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에 비한다면 토속촌의 서비스는 훌륭하다. 물론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처럼 극진한 대접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불편함은 없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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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판을 뒤집으면 테이블 번호가 적혀있다. 계산할 때 이걸 들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하면 된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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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깜깜해진 밖. 그러나 사람들은 줄지 않았다. 아니 더 늘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기다릴만한 음식점인가? 내 대답은 YES. 토속촌 삼계탕은 정통 고려 삼계탕이 아니다. 맑은 국물에 뽀얗게 우러나오는 진한 국물이 아니다. 탁하다. 각종 곡물을 갈아서, 혹은 통으로 넣는다. 국물 맛을 보자면 콩국맛, 율무차맛까지 난다. 변칙 삼계탕인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변형시킨 삼계탕에 사람들이 이토록 호응을 해준다면? 이건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진화다. 삼계탕의 진화다. 대한민국 대표 보양식 삼계탕. 그것의 진화가 일어난 현장을 직접 방문해보고자하는 건 당연한 욕심 아닐까? 적어도 한 번은 맛볼만한 삼계탕, 아니, 한 번은 꼭 맛보아야할 삼계탕. 토속촌에 있다.


9. 아우르기 
 아는가. 복날은 24절기에 들어있지 않다. 또 아는가. 24절기의 기준은 중국이라는 걸. 절기 또한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인 문화중의 일부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절기는 우리나라의 기후와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최근만 보아도 그렇다.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사우나 같은 지금, 이미 입추가 지났다면 믿겠는가. 작년 겨울도 그랬다. 대한보다 추운 소한이라니.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 붉은 팥죽을 쑤어 먹는 동지, 햇나물무침을 먹는 입춘 등 우리와 너무도 친근한 절기지만 사실 뿌리부터 우리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복날은 어떤가. 비록 절기는 아닐 지라도 그 이상으로 우리와 친하지 않는가. '복(伏)'이라는 명칭부터가 개를 잡아먹는 우리 풍습을 반영한다고 하면 너무 오바일까. 옛날, 우리 조상들은 가난했었다. 아니, 대부분이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건 돈 많은 양반님네들 뿐이었다. 얼마나 닭이 귀하면 '사위' 정도의 사람이 와야만 잡아줄까. 고기를 못 먹는지라 필연적으로 단백질과 지방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래서 생긴 풍습이 '복날'이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즉 복날은 우리의 가난함에 유래 된 풍습인 것이다. 복날에 영양식을 먹으며 우리 주변을 한 번만 돌어봤으면 한다. 복날이 만들어진 슬픈 유래를 생각하며 말이다. 그렇게 되면, 이 더운 날을 그보다 더 뜨거운 정으로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