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마신 프랑스 레드 와인. Vin de pays급이다. 아, 이게 탄닌 맛이구나, 라고 확 느낄 수 있게 해준 와인. 정말 기분좋게 씁쓸했다. 석쇠 그릴에서 살짝 태운 두툼한 고기가 잘 어울릴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ㅈㅎㅈ과 짠을 하고 집에 와서 또 마셨다. (나만 좋아하는 듯,,,) 마시고 나서, 또 내가 정말 좋아하는, ㅈㅇㄹ 자취방에 가서 둘이 또 짠을 했다. (가서 오바해서 많이 마셔서 위태위태했었지만,,,) 여튼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가장 기분 좋게 마신 와인이라는 거!!
1. Grand Cru(그랑 크뤼)
프랑스 와인의 최고 등급.
그런데 이 등급은 1855년 파리 만국 박람회를 계기로 제정된 이래,
샤토 무통이 그랑크뤼 등급으로 승격한 단 한 차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등급에 변화가 없다.
과거에 훌륭했을지라도 지금도 변함없이 훌륭하다는 건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실상부한 최고 등급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
2. Cru Bourgeois(크뤼 부르주아) 그랑크뤼를 얻지 못한 와이너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등급. 1932년 처음 만들어 진 이래 신뢰가 생명이라며 규정을 엄격하게 지켜왔다. 그랑 크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어서, 기준 미달인 와인들은 가차없이 내쫓기도 하고, 기준 이상인 와인들은 새로 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1년 프랑스 정부의 공인을 받았다. 그러나 크뤼 부르주아에 들지 못한 나머지 와이너리들의 소송으로 2007년을 기준으로, 크뤼 부르주아는 불법이 되었다.
그랑 크뤼와 크뤼 부르주아는 일종의 명예 등급이다. 프랑스 와인의 체계적인 품계는 AOC부터 시작된다.
3. AOC(아오쎄) : Appellation d'Orgine Controlee(아펠라씨옹 도리진 콩트롤레) 일종의 원산지 표시 허가 제도.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대부분이 바로 AOC등급이다. 프랑스 전체 와이너리의 절반정도가 이 등급을 획득했다고 한다. d'Orgine이라는 말이 원산지라는 뜻이란다. 저 단어 대신 특정 지역의 이름이 들어가 라벨에 표기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생산된 AOC등급이라 하면, Appellation Bordeaux Controlee라고 쓰이는 것이다. 이 원산지의 크기가 작을수록 고급와인. 한국쌀, 보다는 김해쌀, 이 좋듯이. 이 지역을 나누는 기준은 테루아로 삼는다. 즉, 행정, 군사 상의 지역과 와인에 표기되는 지역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규정이 매우 엄격해서 포도 품종, 비율, 양조방법 등을 모두 꼼꼼히 따진다. 피노 누아를 재배하라고 규정해놨는데 까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해서 와인을 빚었다면 당연히 등급 몰수. 오오, 그러고 보니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어쩌면 엄격한 AOC등급 덕분에 다양한 맛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건지도^-^
4. Vin de pays(뱅 드 페이) 돈을 낼 만한 술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AOC 등급을 얻지는 못했지만, 돈 주고 사먹기에 아깝지 않다는, 뭐 그런 뜻인갑다. AOC 등급의 와인보다는 당연히 저렴하다. AOC의 원산지가 테루아를 기준으로 한 작은 범위라면, 이 등급은 그보다 넓은 범위를 표기할 수 있다. 독립문 꽈배기, 마포 돼지껍데기 등이 AOC라면 전주 비빔밥, 수원 갈비 등이 뱅 드 페이급. 그런데, 앞에서 AOC 등급 규정이 매우 엄격해서 세세한 것까지 죄다 규정해놓는다고 했었다. 바꿔말하면, 와인 제조 방식의 혁신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AOC규정에 따르면 와인을 1년동안 묵혀놓아야하는데, 3개월만 숙성시켰다면, 당연히 AOC등급은 받지 못한다. 그런데 맛은? 맛은 3개월 숙성분이 더 나을 수도 있지 않은가. 즉, 혁신을 통해 나온 맛있는 와인이 뱅 드 페이급에는 많다.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5. Vin de table(뱅 드 테블) 테이블에 올려놓는 술. 규정이 거의 전무하다.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지역과 빈티지를 표기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좋게 보면 뱅 드 페이보다 자유로운 와인들이다. 여기에도 충분히 좋은 와인이 있을 여지가 있다. 저렴하면서 좋은 와인. 이 와인을 찾는 맛에 자꾸 대형마트를 가게 되나보다.
cf. VDQS : AOC 발급 대기 상태 등급. AOC만큼은 아니지만 왠만한 규정은 다 통과한 상태라 한다.